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상금을 걸고 유명인의 놀이를 방해하는 것만이 어뷰징일까요? 설령 이득이 걸려있지 아니라고 하더라도 과정이 불공평하면 어뷰징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겁니다. 적당히 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롤게임>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든 행동를 어뷰징이라 명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오늘 이처럼 준비한 포스팅은 '롤듀오 강의'에 관한 어뷰징입니다.

하지만 이는 진짜 '수업'과는 거리가 가깝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사람은 게임을 거듭하면서 조금은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불리한 현재 상황을 이겨내고 유리한 게임을 내주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승리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귀로 취득하죠. 물론, 이는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는 과정이 요구되니까요. 수업 내용을 착실히 복습한 뒤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의 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롤듀오 강의' 유저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티어가낮은 사람이 별다른 복습 과정 없이 브론즈에서 다이아몬드 티어까지 '쉽게' 도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물론, 강의를 들은 직후에는 강사의 발자취가 남아있기에 그나마 놀이를 따라갈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이 빠르게 흐른 뒤에 드러납니다.

즐겜 수 부족으로 티어가 떨어질 거라는 걸 직감한 게임하는 사람은 뒤늦게 홀로 랭크 게임을 시작하지만, 이 역시 EZ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힘으로 원하는 랭킹까지 올라온 만큼,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죠. 여태까지는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을 바라보면 됐습니다. 보면서 와드만 해주고, 스킬만 쓰더라도 선생님이 알아서 해줬으니까요. 하지만, '홀로' 뛰는 랭크 게임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유저의 미숙한 기량이 다른 일반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게임을 의도적으로 업무하는 행위를 두고 '어뷰징'(Abusing)이라 부르죠. 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때때로 일어나는 일인데요, 팀랭크 최상위권에서는 특정 사용자의 게임에서 의도적으로 패배를 유도한 뒤, 주어진 돈을 받는 또 다른 형태의 '어뷰징'이 유행 중입니다. 정말로, 과거 롱주에서 선수로 활동했던 '프로즌' 김태일은 오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뷰징에 대한 언급하기도 했죠.

롤대리 계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듀오 계책은 티어가 중간어디쯤인 유저들이 '강의'라는 네임하에 수업료를 받고 밑바닥 티어 유저와 랭크 게임을 돌리는 걸 말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보다 롤린이 티어에 위치한 계정을 구한 뒤, 학생이라 불리는 '고객'과 듀오를 맺고 협곡을 누비죠. 여기서 배운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복습이나 예습 등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올라야 하는 티어까지 부드럽게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수강생보다 훨씬 높은 곳에 위치한 '하위' 유저인 만큼, 패배한 경기를 승리로 바꿔주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강사가 리그오브레전드 진행과 필기는 물론이거니와, 학생과 시험까지 함께 본 뒤 성적표만 손에 쥐여준 꼴이나 다름없죠. 그어떤 노력도, 문제도 없이 원하는 단계에 안착한 수강생들은 강사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솔로 랭크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쯤에서 시작됩니다.

유저가 알려준 내용을 실제로 받아들이려면 상당한 양의 책략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만 이를 직접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럿이 높은 티어의 게임을 플레이하면 패배할 확률이 많기 때문이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선생이 '알아서' 티어를 올려줬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다이아 유저가 강의를 통해 챌린저까지 올라왔다고 가정해봅시다. 때론, 수강생은 경험을 쌓을 학습 없이 긴시간에 티어를 끌어올렸기에 라이엇 게임즈 실력 자체는 골드보다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티어 평균보다 실력이 낮은 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군에게 전달되죠. 이러한 과정은 게임을 못하는 사람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게임 생태계를 망치는 황소탐켄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https://game.naver.com/search?type=all&keyword=롤대리

2018년은 <롤드컵>에 '대리' 제도가 유행처럼 번진 시대로 롤대리 기억됩니다. 당시에는 잘하지 못하는 유저들은 돈을 지급한 뒤 계정을 티어가 높은 유저에게 맡긴 채 원하는 티어를 부여받곤 했죠. 이에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 게임즈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롤대리 제도는 어느 정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과거 시간대의 '대리'가 그러했듯 '듀오 강의' 역시 엄청난 광고를 통해 실버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오늘(7일) 기준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나 구글에서 롤듀오 강의를 검색하면 너무나 쉽게 관련 유저를 만날 수 있을 정도죠. 심지어 모 사이트에서는 버스 기사를 떠올리게 하는 '최정예 베테랑 기사들만 존재한다, 기사 부주의로 인한 정지 시에는 모든 배상을 해드린다'라는 문구까지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실력은 이틀만에 어떻게든 되는게 아닙니다. 승리와 패배를 통해 게임을 운영하는 얻고, 이를 플레이에 녹여내야만 비로소 등급도 올라가는 거니까요. 만약 티어 상승에 지친 유저가 조금이라도 '롤듀오 강의'를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유저의 힘으로 올라간 랭크는 결국 허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약 six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그때의 롤대리, 롤듀오 제도는 '강의' 행동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롤듀오'라는 보기 좋은 이름까지 덧붙인 채로 말이죠. 다른 사람의 계정을 직접 대신해주는 건 아니지만 듀오 랭크를 통해 해당 유저를 원하는 랭킹까지 끌어올려 주는, 또 생각지못한 형태의 '대리'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롤듀오 학습은 양의 가면을 쓴 늑대와 같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지만, 실력은 그대로일뿐더러 같은 랭크에서 어느정도 경쟁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피해만 끼칠 뿐이니까요. 언제든 당신이 강의를 통해 인생 최고 티어를 달성 한다 한들, 시간이 지나면 결과적으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윈-윈 게임이 아닌, 루즈-루즈 게임만 남을 뿐이죠.